동네 한 바퀴 365회 군사도시 상흔 지운 의정부 사람들의 봄 기행 조명

전쟁의 상흔을 지우고 각자의 자리에서 굳건히 피어난 의정부 사람들의 따뜻한 삶의 궤적이 조명된다.

4월 11일에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365회 ‘꽃 핀다 내 마음 – 경기도 의정부시’ 편에서는 가금철교부터 제일시장 노포까지 생명력을 품은 봄 기행이 공개된다.

경기도 북부의 관문, 의정부시.
한때 9개의 미군기지가 자리 잡으며
오랫동안 군사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곳이다.
전쟁의 기억이 남아있던 땅,
철책과 군부대가 익숙했던 도시.
차가운 이름표를 달고 살았던 의정부는
척박한 땅에서도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뜨거운 생명력을 품고 틔워낸 곳이었다.
군사도시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봄을 피워낸 동네.
굳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봄꽃처럼,
저마다의 자리에서 삶을 일으켜 세우며
마음의 꽃을 피워낸 사람들을 만나러
<동네 한 바퀴> 365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의정부의 시간을 건너다 – 군사도시 흔적 품은 가금철교

경기 북부 군사전략의 요충지, 의정부. 한때 도시 곳곳에 군부대가 자리 잡으며 군과 함께 숨 쉬던 ‘군사도시’였다. 그 시절의 시간이 남아있는 곳, 가금철교. 1955년, 중랑천을 가로지르며 세워진 이 철교는 의정부역에서 금오동을 잇고, 유류와 군사물자를 실어 나르며 반세기 동안 미군 보급의 핵심 통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05년 미군 부대 철수 이후, 전쟁의 흔적을 품은 채 멈춰 있던 철교는 2015년 시민들이 오가는 인도교로 다시 태어났다. 군사도시의 기억을 딛고 봄을 맞은 의정부. 그 변화의 길 위를 천천히 걸어본다.

제일시장의 슈퍼우먼 – 59년 가발 장인 박선풍 씨

의정부의 자랑이라 불리는 제일시장. 600개가 넘는 점포가 모인 한수이북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사람과 물건이 끊이지 않는 골목 안쪽, 이곳에 ‘새봄’을 찾아 준다는 가발 장인, 박선풍 씨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어린 동생들을 위해 일찌감치 가발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59년째, 한 길을 걸어왔다. 인모를 한 올 한 올 손으로 엮어 완성하는 가발에는 기계로는 대신할 수 없는 세월이 담겨 있다.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고 환하게 웃는 손님들의 얼굴을 볼 때가 가장 큰 보람이라는 박선풍 씨. 일흔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바늘을 놓지 않는 제일시장의 슈퍼우먼을 찾아가 본다.

남미의 열정, 아사도를 굽는 백발의 청춘

의정부동에는 이름부터 낯선 바비큐에 인생 2막의 열정을 불태우는 백발의 청춘이 있다. 아르헨티나 전통 바비큐 아사도(Asado). 남미의 카우보이들이 들판에서 고기를 구워 먹던 방식에서 시작된 이 요리는 숯의 열기로 천천히 익혀 육즙과 풍미를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서 의류매장 집기 생산 공장을 운영하던 그는 50세 무렵, 우연히 아사도를 접하며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아사도의 매력에 빠져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직접 요리를 배우고 연구했고, 정통의 맛을 살리기 위해 황학 시장에서 직접 주문 제작한 특수 오븐까지 들여왔다.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아내도 주방에서 설거지를 도우며 남편의 도전을 묵묵히 응원 중이라는데. 의정부 한복판에서 남미의 열정을 불태우는 일흔의 셰프, 그가 만들어내는 깊고 고소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운드워킹’ 소리로 도시를 기록하다

소리로 의정부의 풍경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운드 워커’들이다. 사운드 워킹은 녹음기와 헤드셋을 들고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며 걷는 활동으로, 2016년 제주에서 시작됐다. 아직은 생소한 이 활동을 의정부에서 이어가고 있는 이는 전은미 씨. 2015년 어머니를 떠나보낸 데 이어 2020년에는 아버지마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큰 상실감 속에서 방황하던 마음을 다독여 준 것은 걷기와 자연의 소리였다. 그 이후 도시의 소리를 기록하며, 의정부의 숨은 풍경을 천천히 발견하고 있다는데. 봄이 오는 의정부의 소리를 기록하는 전은미 씨. 그녀를 따라 귀 기울여야 비로소 보이는 의정부의 또 다른 풍경을 만나 보자.

한국 남편♥프랑스 아내의 프랑스 가정식

가능동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아늑한 주택가 한편, 프랑스 국기가 눈길을 끄는 작은 카페를 만난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는 결혼 3년 차 국제 부부, 한국 남편 홍한석 씨와 프랑스 아내 마리암 씨다. 영화와 드라마 미술팀에서 일하던 홍한석 씨. 바쁜 촬영 일정과 잦은 출장으로 아내와 함께할 시간이 부족해지자 선택한 것이 카페 창업이었다. 메뉴를 프랑스 가정식으로 정한 것도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던 아내를 위해서였다. 프랑스 정통 방식으로 만드는 바게트부터 달팽이요리 에스카르고까지. 아내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음식을 계속 맛보게 하다 보니, 마리암 씨는 4개월 만에 10kg이 늘었을 정도라는데. 의정부 골목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신혼부부. 사랑이 듬뿍 담긴 프랑스 가정식 한 상을 맛본다.

나라의 봄을 기다리던 거인의 쉼터, 사패산 석굴암

사패산자락에 자리한 고요한 암자, 석굴암. 북한산국립공원의 풍경을 품은 석굴암은 백범 김구 선생이 중국 상하이로 망명하기 전 잠시 몸을 숨겼던 은신처로도 알려져 있다. 광복 이후, 27년의 긴 망명 생활을 끝내고도 김구 선생은 이곳을 종종 찾았다고 한다. 1948년 석굴암을 방문했을 때 지역 언론인들에게 친필을 남겼고, 이를 기념해 그 글귀를 돌에 새겨 두었다. 친필 명문을 기리는 제막식을 1949년 6월 26일 석굴암에서 열 계획이었지만, 그날 김구 선생이 암살되면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패산자락의 숨은 암자 석굴암에서, 조국의 봄을 간절히 기다렸던 그 염원을 되새겨본다.

부대찌개 골목 마지막 남은 1세대, 89세 박용복 할머니

의정부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 부대찌개. 한국 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한 그릇이다. 1950~60년대, 미군 부대가 밀집해 있던 의정부에서는 햄과 소시지가 귀한 먹거리로 유통됐고, 이를 활용해 끓인 찌개가 오늘날 의정부 부대찌개의 시작이 됐다. 로데오거리 북쪽에 자리한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는 현재 12개 식당이 성업 중이며, 196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노포들이 골목의 역사를 지키고 있다. 그중 1972년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부대찌개 골목의 마지막 남은 1세대, 박용복 할머니를 통해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시작과 그 세월 깊은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말린 꽃으로 봄을 수놓는 압화 작가

신곡동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서 의정부의 들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압화 공방을 운영하는 정인화 작가다. 압화는 꽃누르미 또는 누름 꽃이라 불리는 공예로, 꽃을 눌러 건조하거나 레진 처리를 해 시들지 않게 보존하는 작업이다. 정인화 작가는 의정부 곳곳에서 채집하거나 직접 키운 꽃을 눌러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 우연히 압화 수업을 들으며 시작한 일이지만, 압화 작업은 대학 재학 시절 낙상 사고로 크게 다친 아버지를 간호하며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며 삶의 위로가 되었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피어나는 봄꽃. 그 기다림의 시간을 한 장 한 장 눌러 담듯, 삶의 봄을 수놓는 정인화 작가의 작품을 만나 본다.

반세기 넘는 세월을 견뎌내며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준 부대찌개 한 그릇에는 한국 현대사의 애환과 강인한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겨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의정부 사람들의 굳건한 생명력과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는 4월 11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에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365회 ‘꽃 핀다 내 마음 – 경기도 의정부시’ 편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