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370회 우직하게 지켜간다 – 경상남도 함안군 편

5월 16일에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370회 ‘우직하게 지켜간다 – 경상남도 함안군’ 편에서는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땅에서 둑방을 쌓고 삶의 뿌리를 내려온 함안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남강과 낙동강을 굽어보다 – 기암절벽 위 누각, 악양루

함안 대산면은 의령군 지정면을 경계로 흐르는 남강과 창녕군 남지읍 쪽 낙동강 물길이 가까이 맞닿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강 건너로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어 예부터 물길이 빚은 풍요로운 풍광으로 사랑받아 온 곳이다. 사계절 꽃이 피어 연간 50만 명이 찾는 악양생태공원 역시 이 남강 변의 아름다움을 품은 대표 명소다.

낙동강과 남강이 흐르는 함안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긴 강둑을 지닌 곳으로, 그런 함안의 물길과 들판을 가장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악양루다. 대산면 서촌리 악양마을 북쪽 절벽 위에 세워진 악양루는 조선 철종 8년인 1857년에 지어진 누각으로, 유유자적 흐르는 남강과 넓은 악양둑방의 전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악양루에 올라 함안의 넉넉한 풍경을 바라보며 첫 여정을 시작해 본다.

산골 모녀의 구수한 인생 – 경상도식 콩된장으로 차려 낸 봄 밥상

검암산 아래 자리한 동지산마을에는 86세 노모 조순제 씨와 10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막내딸 이태정 씨가 함께 살고 있다. 19살에 시집와 평생 산골을 지켜온 어머니는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뒤, 시어머니를 모시며 홀로 6남매를 키워냈다. 그 고단한 세월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막내딸은 된장을 배우겠다는 핑계로 어머니 곁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모녀가 함께 담그는 것은 콩알의 식감을 살린 경상도식 콩된장. 콩 알갱이를 일부러 남겨 씹는 맛을 살린 된장에서는 묵직한 구수함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배어난다. 척박했던 삶도 단단한 콩알처럼 견뎌 온 어머니와 그 곁을 지키는 막내딸.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나는 콩된장처럼, 함께라서 더 깊어지고 구수해진 산골 모녀를 만나본다.

아버지의 기술을 꽃피우다 – 600겹 접어낸 접쇠칼

철의 산지로 이름난 낙동강 유역. 그중에서도 일찍부터 철 문화가 꽃핀 함안에는 아라가야의 철 문화를 가슴에 품고, 2대째 대장간에 불을 지피는 대장장이가 있다. 바로 칠원읍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는 김정식 씨. 7살 무렵부터 아버지의 대장간에서 풀무질하며 쇠 다루는 법을 익혔고, 12살에는 직접 칼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접쇠 기술로 물결무늬가 특징인 접쇠칼을 만들고 있다.

강철과 연철을 겹쳐 1,500도가 넘는 불 속에서 달구고, 수백 차례 접고 두드리는 지난한 공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고유의 물결 문양이 드러나는 접쇠칼. 강도와 탄력성 그리고 깔끔한 절삭력까지 지닌 이 칼은 미국 수출길에도 오르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데. 아버지가 남긴 기술과 시간을 한 자루 칼에 벼려내는 김정식 장인의 뜨거운 삶을 만나본다.

함안의 명물! 수박으로 만드는 수박빵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며 형성된 비옥한 충적토 평야 덕분에, 함안은 200년 넘는 수박 재배의 역사가 이어져 왔다. 물이 풍부하고 토양이 기름져 봄에도 맛 좋은 수박이 나는 이곳에, 어린 시절 수박을 키우던 추억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순철 씨. 주막을 하며 막걸리를 빚던 조부모의 발효법을 이어받은 그는, 딸과 함께 6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수박과 술 효모, 파수 곶감 발효액을 넣은 수박빵을 완성했다.

새벽마다 시장과 농가를 돌며 재료 개발에 힘을 보태는 아버지와 그 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하는 딸. 함안의 자랑, 제철 수박에 부녀의 정성을 더해 빚어낸 특별한 빵을 맛본다.

1500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 말이산고분군

1500년 전, 철의 왕국 아라가야의 고도였던 함안. 아라가야의 왕과 지배층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 말이산고분군은 경상남도 최대 규모의 가야 고분군으로, 아라가야의 화려했던 전성기를 보여주는 대표 유적이다.

오랜 세월 함안 사람들의 삶 곁에 자리해 온 말이산고분군은 주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묵묵한 노력 끝에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함안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결성되었던 주민지킴이를 만나, 말이산고분군의 가치와 그곳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40년 남강 어부와 며느리가 잇는 메기불고기

함안 사람들에게 어머니 강으로 불리는 남강이 흐르는 군북면. 깊은 수심과 느린 물살 덕에 예부터 민물고기가 풍부했던 이곳에서 서현목 씨는 40년 넘게 직접 잡은 물고기로 어탕과 메기불고기를 만들어왔다. 부모님에 이어 2대째 식당을 지켜온 그는 한때 자신의 대에서 가업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들의 친구였던 며느리가 식당에 합류하며 3대를 이어가게 됐다.

제철을 맞은 메기로 만든 메기불고기는 부드럽고 담백한 살과 쫄깃한 껍질의 맛이 어우러진 별미인데. 메기가 워낙 많이 잡히던 시절, 1대 어머니가 집에서 해주시던 음식에서 시작돼 40여 년 넘게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단다. 아버지에게 배운 어업과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손맛, 그리고 며느리가 더한 새바람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남강가 가족의 메기불고기 한 상을 만나본다.

함안의 슈바이처, 구순의 구자운 의사

시골의 정취가 남아 있는 군북면. 이곳에는 의료 소외지역일수록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반세기 가까이 시골 병원을 지키는 구순의 의사가 있다. 아흔을 넘긴 나이에도 흰 가운을 입고 진료실을 지키고 있는 구자운 의사다. 그 덕에 지역 의원이 점차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이 작은 병원은 여전히 마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사랑방으로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병환으로 위독했던 아버지를 위해 먼 길을 달려가 왕진 의사를 모셔 와야 했던 어린 시절.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 고통받는 이들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낀 열 살 소년은 그때 농민들을 위한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고, 평생 그 약속을 지켜왔다. 서울에서 의대 교수의 길을 준비하던 막내아들까지 고향으로 불러 병원을 잇게 한 구자운 의사. 아들과 함께 대를 이어, 단순한 치료를 넘어 진심을 처방하는 한 노의사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400년 역사를 밝혀오는 사람들 – 함안 낙화놀이

조선 중엽에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함안 낙화놀이. 오늘날까지도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 대표 전통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축제를 위해 만드는 낙화봉의 수만 해도 4,000여 개. 참나무를 태워 직접 숯을 만들고, 그 숯가루를 여러 번 빻아 광목 심지와 한지로 감아 만든 낙화봉에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담긴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에 열리는 함안 낙화놀이, 마을 사람들은 올해도 바쁜 손길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400여 년 역사의 불씨를 지켜온 사람들. 그 손길이 빚어내는 찬란한 순간을 마주해 본다.

굽이치는 물결 따라 삶의 진풍경을 일궈내고, 화려한 불꽃보다 그 불꽃을 지탱하는 우직한 검은 숯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함안군 사람들의 이야기는 5월 16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에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370회 ‘우직하게 지켜간다 – 경상남도 함안군’ 편에서 공개된다.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