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광주시에는 엄마와 같이 회화과 24학번 동기로 그림 공부를 시작한 다운증후군 화가 민준 씨와 부모님이 산다. 스무 살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한 아들이 화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엄마 희경 씨는 모든 일정을 관리하는 총괄 매니저가 됐고, 아빠 승환 씨는 은퇴 후 전시회부터 학교까지 운전을 담당하는 로드 매니저가 되어 아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부모님의 도움 속에 민준 씨는 엄마와 함께 다녔던 대학을 졸업한 뒤 자신이 원하던 미대에 편입했고, 각종 전시회에도 참여하며 화가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9월 5일 방송되는 KBS 1TV ‘사랑의 가족’ 3133회에서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다운증후군 화가 민준 씨와 아들의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매니저가 되어 함께 걷는 엄마 희경 씨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엄마와 함께 시작한 회화과 24학번
민준 씨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무렵이었다. 늦게 그림 공부를 시작했지만 자신의 경험과 일상을 그림에 담으며 조금씩 화가의 길을 넓혀갔고, 부모님도 아들이 원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탰다.
희경 씨는 아들의 전시와 수업을 비롯한 일정을 챙기는 총괄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은퇴한 승환 씨는 학교와 전시회에 갈 때마다 직접 운전대를 잡으며 이동을 책임지고 있다. 화가로 활동하는 아들의 일상 뒤에는 이렇게 부모의 촘촘한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희경 씨는 아들을 밖에서 지켜보는 데 머물지 않았다.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워 고등학교에서도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민준 씨가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났을 때, 엄마는 회화과 24학번 동기가 되어 아들과 함께 입학했다.
같은 수업을 듣고 나란히 그림을 공부한 두 사람은 결국 함께 대학 졸업까지 해냈다. 이후 민준 씨는 자신이 원하던 미대에 다시 편입하며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고, 작품을 전시하는 기회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평생 건강을 살펴야 하는 민준 씨
민준 씨는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약해 인큐베이터 생활을 해야 했다. 심박중격결손으로 5살 때 심장 판막 수술까지 받았으며, 이후에도 평생 심장을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고 여러 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걱정까지 더해지면서 희경 씨가 아들의 건강을 바라보는 마음도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어릴 때부터 아픈 아들의 곁을 지켜온 엄마에게 건강 관리는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일상이 됐다.
몸이 약한 아이로 낳아줬다는 미안함을 품은 희경 씨는 오랫동안 그림자처럼 아들 곁을 지켰다. 화가로 작품 활동을 하고 미대에서 새로운 공부를 이어가는 지금을 아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오래 지켜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수영 수업이 있는 날이면 희경 씨가 직접 참관하고, 매일 10가지가 넘는 영양제를 빠뜨리지 않고 챙긴다. 차가운 아이스커피 대신 따뜻한 한방차를 데워 건네는 작은 일까지 민준 씨의 하루에는 엄마의 세심한 손길이 이어진다.
그림으로 세상과 만나는 아들의 미래

민준 씨는 자신이 겪은 경험과 평범한 일상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는다. 가족이 함께 주말 체험 농장을 찾은 것도 민준 씨가 자연을 직접 느끼고 새로운 풍경과 경험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부모가 모든 일을 대신해 주는 것만이 가족의 목표는 아니다. 조금 서툴더라도 민준 씨가 일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찾아 해볼 수 있도록 기다리고, 스스로 움직일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랫동안 아들을 보호해온 희경 씨와 승환 씨에게 앞으로의 시간은 민준 씨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늘려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화가로서 작품을 만들고 전시에 참여하는 현재의 삶과 함께 일상에서의 자립도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스무 살에 시작한 그림은 민준 씨가 세상과 만나는 중요한 통로가 됐다. 표현하기 어려웠던 마음과 자신이 바라본 일상의 장면을 그림에 담으면서 민준 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엄마와 대학 동기가 되어 공부하고, 아빠의 운전으로 학교와 전시장을 오가며 화가의 길을 넓혀온 민준 씨에게 가족은 가장 가까운 동료이기도 하다. 부모는 언제까지나 대신해 주기보다 아들이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늘려가며 다음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아들의 건강을 챙기는 총괄 매니저이면서 같은 회화과 동기로 졸업까지 함께한 희경 씨의 동행은 이제 민준 씨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넓혀가도록 돕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민준 씨는 부모와 함께 어떤 새로운 내일을 그려갈까?
화가로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는 민준 씨와 아들의 건강과 자립을 함께 준비하는 부모의 이야기는 9월 5일 토요일 오전 11시 10분에 방송되는 KBS 1TV ‘사랑의 가족’ 3133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