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4일 종영한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스페셜 필름 포스터를 공개하며 6주간 이어진 인물들의 분투와 작품이 남긴 가치를 돌아봤다.
종영 기념 필름 포스터가 압축한 6주간의 여운
공개된 스페셜 필름 포스터는 저마다의 무가치함과 처절하게 싸워온 인물들의 시간을 한 편의 필름처럼 압축했다. 기껏해야 백 년이면 사라질 허무한 생 위에서 “나는 존재한다”고 아우성치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긴 여운을 남겼다.
작품은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린다고 느끼는 인간의 시기와 질투, 불안과 수치심을 따라갔다. 하지만 그 감정의 바닥을 단순한 파멸로 밀어 넣지 않고, 끝내 평화와 안온함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으로 붙잡았다.
차영훈 감독과 박해영 작가가 만든 안온함
차영훈 감독은 매 장면마다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가장 바깥 겹을 집요하게 들여다봤다. 인물이 마주한 쇳덩이 같은 우울 속에서도 한여름의 녹음을 상상하게 하고, 사라지지 않으려 버티는 인간들의 분투를 강렬한 이미지로 구현하며 시청자의 감정을 장악했다.
황동만의 데뷔작 ‘날씨를 만들어드립니다’를 통해 드러난 영상미도 작품의 정서를 뚜렷하게 만들었다. 안정적이지만 통제된 회색빛 날씨를 위험하지만 살아 있는 자연으로 되돌리는 장면은, 비극 속에서도 기어코 피어나는 안온함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박해영 작가는 모두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감정들을 정면으로 꺼냈다. 성공해도 사라지지 않는 불안, 남이 잘될 때 올라오는 시기와 질투, 혼자 삭여온 수치심, 불안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드러났다.
작품은 부정적인 감정이 정확하게 읽히는 순간 조금 엷어진다는 사실도 함께 말한다. 길바닥에 떨어진 오백 원이라도 주워야 우울한 기분이 바뀐다는 황동만의 말처럼, 이 드라마는 지난 6주 동안 시청자들에게 작은 위로를 계속 건넸다.
배우들이 완성한 무가치함의 얼굴들
구교환은 성공보다 불안하지 않은 삶을 갈망하는 영화감독 황동만을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로 소화했다. 코미디로 비극을 씹어 먹겠다는 인물의 태도는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고윤정은 9살의 트라우마에 갇혀 스스로를 검열하던 변은아가 공포의 뿌리를 직시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순간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오정세는 악해야 하는 순간에도 끝내 악하지 못해 소멸해 가는 박경세를 노련하게 쌓아 올렸다.
강말금은 남편이 엇나갈 때마다 매서운 참교육을 시전하면서도 끝내 그를 지지하는 고혜진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박해준은 시와 용접 사이에서 번다한 마음을 지워내고 잃어버린 딸을 찾아 숨을 쉬게 된 황진만의 고독한 내면을 무심한 얼굴과 말투로 완성했다.
배종옥, 최원영, 한선화와 8인회 배우들의 호흡도 극의 밀도를 높였다. 각 인물은 황동만을 중심으로 다르게 반응했고, 그 반응들이 모이며 무가치함과 싸우는 사람들의 세계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빛나는 진실
작품은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안심하는 시대에 인간의 본질을 물었다. 인간은 휴먼 두잉이 아니라 휴먼 비잉이며, 무엇을 해내지 않아도 그냥 존재해도 된다는 메시지가 마지막까지 중심에 놓였다.
또한 현재의 불행을 과거의 상처 탓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이왕이면 웃기게 살자는 태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적인 인생도 코미디로 씹어 삼킬 수 있다는 선택을 통해 인물들이 스스로 자기 삶의 방향을 붙잡게 했다.
무엇보다 이 싸움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작품의 가장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지구 반대편에도 나와 비슷하게 외롭고 아픈 누군가가 있다는 감각은 연민이 되고, 그 연민은 다시 서로의 결핍을 끌어안는 연대로 이어졌다.
무가치함을 다룬 이 작품의 힘은 우울을 낭만화하지 않고도 그 안에서 안온함을 발견한 데 있다. 스페셜 필름 포스터와 6주간의 여정이 남긴 가장 강한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출처 :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