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3일 오전 7시 50분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6431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4부에서는 47년을 함께 살아온 홍순업 씨와 이영자 씨 부부의 하루가 이어진다. 제주시의 작은 국밥집을 지키는 순업 씨는 새벽마다 영자 씨의 손을 잡고 가게 문을 열고, 차 문을 열어주고 아침까지 직접 챙기며 아내 곁을 지킨다. 가게 문을 여는 일과 장사를 준비하는 일, 아내의 식사와 이동을 살피는 일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아 순업 씨는 새벽부터 한 사람의 남편이자 국밥집 주인으로 동시에 움직인다.
순업 씨가 내장을 손질하고 육수를 끓이며 영업 준비를 하는 동안 영자 씨는 식당 한편의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뒤 영자 씨는 어리광을 부리다가도 금세 토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며 어린아이처럼 마음을 드러낸다.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어디론가 사라질 수 있어 순업 씨의 하루에는 긴장이 따라붙지만, 그는 아내의 옆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6남매의 막내인 순업 씨 곁에는 제주로 내려와 가까이 사는 형들이 있다. 첫째 형 순갑 씨(75)와 넷째 형 순일 씨(68)는 바쁜 동생을 대신해 영자 씨와 산책하고 집으로 불러 식사를 챙기며 힘을 보탠다. 형수님들도 영자 씨를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혀 주는 등 가족의 한 사람으로 돌본다. 이들이 함께 손을 보태는 시간만큼 순업 씨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형제들이 영자 씨와 걷고 식사를 챙기는 시간은 가족끼리 어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순업 씨가 가게 일을 이어가며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게 하는 돌봄의 몫이 된다.
서울의 한 공장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47년을 부부로 살아왔다. 쌀통이 비었던 날도 있었고 순업 씨가 직장을 잃어 방황하던 젊은 시절도 있었지만, 영자 씨는 그때마다 남편 곁을 지켰다. 이제 아내가 그 시간을 하나씩 잊어가자 순업 씨는 “내 이름 기억나? 나만은 잊으면 안 돼요”라고 묻는다. 다른 기억이 흐려지더라도 ‘홍순업’이라는 이름만은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 아내는 ‘빠삐용’


제주시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홍순업 씨(66)의 하루는 아내를 살피는 일과 장사를 함께 해내는 시간이다. “영자 씨, 어디 가요!”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올 정도로 이영자 씨(64)는 틈만 생기면 가게 밖으로 향한다.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뒤 예고 없이 자리를 벗어나는 일이 이어지면서 순업 씨에게 국밥집 안팎은 늘 아내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공간이 됐다.
부부의 시작은 47년 전 서울의 한 공장이었다. 경상도 총각이었던 순업 씨는 예쁘고 인기가 많았던 제주 아가씨 영자 씨에게 첫눈에 반했다. 두 사람은 스무 살과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됐고, 이후 영자 씨의 친정이 있는 제주로 내려와 삶의 터전을 잡았다.
먹고사는 일 앞에서 영자 씨는 한 번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생선 장사와 고물상, 전분 공장을 거쳐 국밥집까지 이어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가리지 않았고, 야무지고 당찬 성격으로 가족의 생활을 꾸려갔다. 가진 것 없는 자신을 만나 아내가 고생만 했다고 생각하는 순업 씨에게 그 세월은 지금도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아내가 20년 넘게 해오던 국밥집도 이제는 순업 씨가 대신 맡고 있다. 장사를 준비하면서 영자 씨를 돌봐야 해 하루 24시간 마음을 놓기 어렵지만, 영자 씨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표정이 밝아지고 노래와 춤이 시작되면 금세 신이 난다. 순업 씨는 세 살 아이처럼 감정을 숨기지 않는 아내의 모습까지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둘도 없는 특별한 단짝, 제수씨와 시아주버님


가게를 갑자기 뛰쳐나간 영자 씨가 밖에서 한 남자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두 사람은 손까지 잡고 산책에 나서고, 영자 씨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남자는 문 앞에서 기다린다. 영자 씨와 자연스럽게 보조를 맞추는 그는 남편이 아니라 시아주버님이다.
막내 순업 씨가 형제들과 떨어져 제주에서 사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첫째 형 순갑 씨와 넷째 형 순일 씨는 제주에 터를 잡았다. 바로 옆집에 사는 순갑 씨는 국밥집 일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매일 영자 씨와 걸으며 노래를 함께 부른다. 영자 씨가 혼자 밖으로 향하지 않도록 곁에서 손을 잡아주는 시간은 동생 부부에게도 큰 힘이 된다.
요리사 출신인 순일 씨는 형제들을 자주 집으로 부른다. 직접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꺼내 음식을 만들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지는 영자 씨에게 정성껏 한 끼를 내놓는다. 영자 씨는 시아주버님의 배를 만지며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해맑게 웃는다. 아프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지만 지금은 서로 스스럼없이 웃고 걷는 특별한 단짝이 됐다.
형수님들의 손길도 이어진다. 과일을 깎아 먹이고 목욕을 돕고 옷을 갈아입혀 주면서 영자 씨를 친언니처럼 보살핀다. 시댁 식구라는 거리감보다 함께 영자 씨를 지키는 가족이라는 마음이 앞선다. 육지에 사는 셋째 형 순종 씨까지 제주를 찾으면서 오랜만에 형제들이 다시 모이고, 1년 만에 만나는 영자 씨가 셋째 아주버님을 기억할 수 있을지가 또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늦은 밤 부부를 찾아온 손님을 본 영자 씨는 환하게 웃는다. 찾아온 사람은 아들 성표 씨(44)지만 영자 씨는 아들을 보고도 끝내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다. 아들을 반갑게 맞는 표정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이 동시에 놓이면서 가족이 마주한 기억의 변화가 선명해진다.
최근 영자 씨는 말수가 부쩍 줄었고 기억도 하루가 다르게 흐려지고 있다. 순업 씨는 낙담해 있기보다 아내에게 뇌에 좋다는 음식과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주고, 저녁이면 식탁 맞은편에 앉아 한글 공부를 함께한다. 가족들의 이름을 엉뚱하게 쓰던 영자 씨가 ‘홍순업’ 세 글자만은 또박또박 적는 순간이면 순업 씨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다른 건 다 잊어도, 홍순업은 잊으면 안 돼요.”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마저 아내의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순업 씨가 바라는 것은 그날이 조금이라도 천천히 오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가게와 집, 산책길 어디에서든 영자 씨의 손을 놓지 않는다.
산책을 좋아하는 영자 씨를 위해 부부가 바다로 나간 날에는 모래사장 위에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적는다. 파도가 밀려와 글자를 지우면 다시 이름을 쓰고, 또 지워지면 다시 적는다. 사라지는 글씨를 몇 번이고 되살리는 행동에는 점점 흐려지는 아내의 기억 속에서 두 사람의 이름만큼은 오래 남기를 바라는 순업 씨의 마음이 겹친다.
4부 줄거리
육지에서 셋째 형 순종 씨가 제주에 온 날, 순업 씨 부부와 형제들은 함께 숲을 걷는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가족들이 같은 길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고, 영자 씨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하루가 쌓인다. 기억이 오래 머물지 않더라도 가족은 지금 함께 걷는 순간을 계속 만들어간다.
아들 성표 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바닷가 산책에 나선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아들이지만 영자 씨는 성표 씨를 바라볼 때면 그저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성표 씨 역시 어머니와 나란히 바다를 걸으며 말보다 함께 있는 시간으로 곁을 채운다.
이후 순업 씨와 영자 씨는 마트에서 장을 본다. 잠시 물건을 살피느라 순업 씨가 한눈을 판 사이, 조금 전까지 옆에 있던 영자 씨가 보이지 않는다. 가게와 산책길에서 늘 아내의 위치를 확인해온 순업 씨에게 가장 걱정했던 순간이 마트 안에서 벌어진다.
치매 환자의 실종 위험에 대비해 현재는 치매 환자를 포함한 보호 대상자의 사진과 지문, 보호자 연락처를 미리 등록하는 실종예방 사전등록이 운영되고 있다. 손목형 위치추적기로 현재 위치와 이동 동선을 확인하고 설정한 안심 구역을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배회감지기 지원도 이어지고 있어, 가족이 잠깐 시선을 놓친 사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응하는 안전망으로 활용된다.
47년 동안 힘든 순간마다 서로의 곁을 지켜온 부부에게 이제 가장 절실한 것은 다시 서로를 찾아 손을 잡는 일이다. 마트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영자 씨를 순업 씨는 무사히 찾아 다시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까?
홍순업 씨가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 이영자 씨의 곁을 지키고, 셋째 형과 아들 성표 씨가 함께 새로운 기억을 쌓는 이야기는 8월 13일 목요일 오전 7시 50분 KBS1 ‘인간극장’ 6431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4부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