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6445회 복사골 모녀 삼대 3부

뜨거운 햇살 아래, 경북 영천의 한 복숭아밭. 분홍색 트럭 한 대가 쉴 새 없이 오간다.

트럭 주인은 귀농 12년 차 농부, 김은희(54) 씨. 콧노래를 부르며 복숭아밭으로 달린다.

남편의 사업 부도로 모든 걸 잃고 돌아온 고향에서 복숭아를 키우며 다시 희망을 일궈냈다.

복숭아를 따며 체험농장도 운영하고 후배 농업인들의 멘토까지 자처하는 은희 씨.

24시간이 모자라는 그녀의 밭에는 특별한 일꾼들이 있다.

60년 경력의 농부 선생님 엄마 최순조(76) 씨, 그리고 새내기 농사꾼 딸 김미래(29) 씨.

엄마에게서 딸로, 딸에게서 손녀로. 복숭아밭에 함께 뿌리내린 세 모녀의 이야기.

복숭아 향기 가득한 밭에서 복사골 세 모녀의 달콤한 여름이 시작된다.

9월 2일에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6445회 ‘복사골 모녀 삼대’ 3부에서는 딸 몰래 오일장으로 나선 최순조 씨를 따라 세 모녀가 장터에 모이고, 복숭아 완판 뒤 순조 씨의 무릎에 이상 신호가 찾아오는 하루가 공개된다.

절망 끝에서 돌아온 딸, 복숭아 농부가 되다

뜨거운 태양 아래 복숭아가 무르익는 계절. 농부 은희 씨의 하루는 이른 새벽에 시작해 자정이 넘어서야 끝이 난다. 여문 복숭아를 따고 크기별로 선별해 포장하고 주문 전화를 받아 택배를 보내는 일까지 쉴 틈이 없다. 누군가에게 그저 무더운 여름이지만, 은희 씨에게는 일 년 수고의 결실을 거두는 계절이다.

수확철에는 밭에서 복숭아를 따는 일로 하루가 끝나지 않는다. 갓 딴 복숭아를 선별하고 상자에 담은 뒤 주문에 맞춰 발송하는 과정이 연달아 이어진다. 여러 품종의 복숭아를 시기마다 수확하고 체험농장까지 함께 운영하는 만큼 은희 씨가 농장 안팎을 오가는 시간도 길어졌다.

12년 전만 해도 은희 씨는 농부가 아니었다. 울산에서 덤프트럭 건설업을 하던 남편 김진곤(55) 씨와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갔다. 그러나 남편의 사업이 부도나며 가족의 삶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가족은 살던 곳과 익숙한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시작할 곳을 찾아야 했다.

결국 은희 씨는 두 아이를 떼어놓고 남편과 함께 고향 영천으로 돌아왔다. 갈 곳 없던 은희 씨를 받아준 것은 부모님이 평생 일군 복숭아밭이었다. 쓰러져 가는 빈집을 고쳐 살고 남의 밭일까지 하며 악착같이 버텼다. 그렇게 일하기를 어느덧 12년,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왔던 딸은 어느새 자신의 농장을 일군 농부가 됐다.

처음부터 농사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부모에게서 밭을 이어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된 생활이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 농사기술을 배우고 직접 판로를 찾으며 수확한 복숭아가 소비자를 만나는 과정까지 하나씩 익혀야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선택은 생계를 위한 출발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은희 씨의 삶 자체가 복숭아 농사에 뿌리를 내렸다.

복숭아보다 달콤한 세 모녀의 여름

새벽부터 시작해 해가 질 때까지 이어지는 고된 농사일. 그러나 은희 씨의 곁에는 든든한 지원군 두 명이 있다. 60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이자 은희 씨의 엄마 최순조(76) 씨, 그리고 2년 차 초보 농사꾼이자 은희 씨의 딸 김미래(29) 씨다.

순조 씨는 평생 농사일을 해온 탓에 무릎관절염 수술까지 받아야 할 지경이지만 밭일을 놓지 않는다. 딸 은희 씨가 일 좀 그만하라며 잔소리해도 소용없다. 급기야 은희 씨 몰래 복숭아를 팔러 이른 새벽 오일장까지 나간다! 못말리는 엄마의 열정에 은희 씨의 속은 또 한 번 발칵 뒤집힌다.

젊은 시절부터 농사와 함께 살아온 순조 씨는 7남매를 키우면서도 밭을 놓지 않았다. 가족이 살아갈 기반을 만들며 복숭아 농사의 뿌리를 이어온 세월이 지금의 밭으로 연결됐다. 은희 씨가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자리에도 엄마가 평생 일군 농사가 있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데도 순조 씨는 수확철이면 손을 놓고 있지 못한다. 딸에게 알리지 않고 새벽부터 복숭아 상자를 챙겨 오일장으로 나선 것도 직접 팔 수 있는 복숭아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다. 하지만 은희 씨에게 엄마의 억척스러움은 고마움과 함께 걱정으로 다가온다.

한편, 귀농 전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했던 미래 씨. 홀로 지내며 야위어 가는 딸이 안쓰러웠던 은희 씨는 2년 전 딸을 고향으로 불러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래 씨, 새내기 농부지만 할 말은 한다. 할머니에게도 포장은 예쁘게 하라며 잔소리하는 MZ 농부다.

미래 씨는 할머니와 엄마가 오랫동안 익혀온 농사 방식 속에 새로운 감각을 보탠다. 복숭아를 잘 키우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전달할지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포장 하나에도 의견을 낸다. 세대마다 방식은 달라도 결국 같은 복숭아를 따고 선별하고 판매하면서 세 사람의 하루는 계속 겹쳐진다.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결국 함께 밭으로 향하는 세 모녀! 과연 모녀 삼대는 이 뜨거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복숭아 밭에서 미래를 그리다

절망 속에서 다시 찾은 복숭아밭이 환영만 해준 것은 아니었다. 귀농 초기, 거센 태풍에 애써 키운 복숭아를 한순간에 잃기도 했다.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은희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품종을 바꾸고 판로를 개척하며 실패 속에서 다시 일어섰다. 수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복숭아밭을 안정궤도에 올려놓았다.

한 번의 수확 실패가 한 해 농사를 뒤흔드는 상황을 겪은 뒤 은희 씨는 같은 방식만 고집하지 않았다. 여러 품종을 재배해 수확 시기를 나누고 직접 판매와 체험을 연결하며 농장의 길을 넓혔다. 다양한 시기에 수확할 수 있는 복숭아를 키운 경험은 한 품종의 작황에만 농장의 운명을 맡기지 않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은희 씨는 농촌에서 또 다른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에게 농촌의 가치를 알리는 체험농장을 만들기로 한 것. 관련 교육을 찾아 듣고 정부 지원 사업을 알아보며 체험농장을 꾸릴 기반을 하나씩 마련해 갔다.

체험농장은 단순히 복숭아를 사가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방문객이 직접 복숭아를 따고 수확한 과일을 활용하는 체험으로 이어지면서 농사를 경험하는 장소로 넓어졌다. 은희 씨에게 판로 개척은 복숭아를 파는 방법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농촌의 가치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과정이 됐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7남매로 자라 어려운 형편 때문에 일찍 접어야 했던 공부. 농사일을 마친 늦은 밤이면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박사 논문을 준비한다. 농업 현장교수로 활동하며 후배 농업인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도 아낌없이 나눈다. 자신이 헤매 온 길을 누군가는 조금 덜 헤매길 바라는 은희 씨. 오늘도 은희 씨는 배움을 나누며, 농촌의 내일을 키워가고 있다.

농사와 공부, 체험농장과 후배 농업인 교육은 따로 떨어진 일이 아니다. 실패를 겪으며 직접 배운 내용을 다시 농장에 적용하고, 그 경험을 후배에게 전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은희 씨가 그리는 농촌의 미래도 구체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3부 줄거리

딸 은희 씨 몰래 복숭아를 팔러 오일장으로 향한 엄마 순조 씨! 앞서 이른 새벽부터 복숭아 상자를 챙겨 길을 나섰던 순조 씨의 목적지는 장터였다. 딸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직접 복숭아를 팔기 시작하지만 비밀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세 모녀가 장터에 총출동한다. 억척스레 일하는 엄마의 모습에 은희 씨는 또 한 번 마음이 뒤집힌다. 쉬어야 할 몸으로 새벽부터 복숭아를 챙기고 손님을 맞는 순조 씨를 보며 은희 씨의 걱정도 커진다.

장터에서는 세 모녀가 함께 복숭아 판매에 나서고 준비한 복숭아는 모두 팔린다. 복숭아 완판의 기쁨도 잠시, 쉴 틈 없이 일하던 순조 씨의 무릎에 이상 신호가 오는데… 오랜 농사로 이미 무릎이 좋지 않은 순조 씨가 장터 일까지 이어간 뒤 맞닥뜨린 상황이라 은희 씨의 걱정은 더 깊어진다.

딸 몰래 시작된 오일장행은 세 모녀가 함께 복숭아를 파는 하루로 이어지지만, 완판의 기쁨 뒤에는 순조 씨의 건강이라는 걱정이 남는다. 일에서 좀처럼 손을 놓지 못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은희 씨는 이번에는 순조 씨를 쉬게 할 수 있을까?

복숭아 완판 뒤 순조 씨의 무릎에 찾아온 이상 신호와 이를 마주한 세 모녀의 이야기는 9월 2일 수요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6445회 ‘복사골 모녀 삼대’ 3부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