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을 치르는 2027학년도 대학 입시에 뛰어드는 N수생이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입시에 도전하는 ‘N수’는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재필삼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N수는 흔한 일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입시 전략으로 고등학교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늘었다. 2025년 전국 일반고 1,703개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1만 8,661명이었고, 고등학교 1학년은 1만 450명으로 56.0%를 차지했다.
고1 학업 중단자가 한 해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관련 집계 이후 처음이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선택이 수능 재도전을 넘어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입학하는 방식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9월 4일에 방송되는 KBS1 ‘추적 60분’ 1471회에서는 ‘N수 사회’ 2부작 ‘1부. 대입 N수, 입시에 갇힌 아이들’을 통해 자퇴와 재입학, 반복되는 수능 도전 속에서 아이들의 시간이 어떻게 유예되고 지연되는지 들여다본다.
고교 자퇴 열풍, 재입학으로 ‘내신리셋’까지


18살 준성이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퇴했다. 준성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2025년, 내신 평가 체계는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었다.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은 늘었지만, 제도 변화가 상위권 학생의 불안을 모두 줄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준성이는 오히려 작은 실수 하나로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그는 한 과목에서 2등급을 받았고, 이대로는 의대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해 학교를 그만두고 수능 준비를 시작했다.
내신 5등급제는 1등급 10%, 2등급 24%, 3등급 32%, 4등급 24%, 5등급 10%로 구분된다. 등급 구간이 넓어졌지만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한 번의 성적 하락이 입시 전략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5등급제는 과목 선택에 따른 불이익을 줄이고 1등급 누적 비율을 4%에서 10%로 넓히기 위해 도입됐다. 동시에 2025학년도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이 1만 명을 넘어선 현상을 제도 하나만의 영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나와, 자퇴 증가와 입시 경쟁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커졌다.
내신 5등급제 시행 이후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과 성적뿐 아니라 교내 활동과 학교생활기록부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고 호소한다. 제작진이 만난 소라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1학년으로 재입학해 내신을 다시 받는 소위 ‘내신 리셋’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보다 유리한 내신 점수를 받기 위해 고등학교 1년을 다시 다녔다는 것이다. 성적을 올릴 수 없다면 기존 성적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선택까지 등장하면서, 대입 경쟁이 학교를 다니는 방식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때는 무조건 인서울이고 좀 그래도 알아주는 명문대 가고 싶었어요”
- 유민지(18, 자퇴생)
N수생 18만 명 시대, ‘N수’ 권하는 사회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수능에는 23년 만에 역대 최다 N수생이 응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진은 고교 자퇴생뿐 아니라 휴학생, 반수생, 심지어 군수생(군인)까지 N수를 준비하는 현장을 취재했다. 이들은 모두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다시’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직전 수능에서도 졸업생과 검정고시생 등을 포함한 N수생은 18만 2,277명으로 22년 만에 가장 많았다. 다시 입시에 뛰어드는 수험생이 이미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도 N수생 증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N수생을 위한 사교육 시장도 꾸준히 성장했다. 학원들은 유명 강사진과 자체 제작 콘텐츠, 학습 관리 프로그램을 내세워 수험생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고등학교를 빌려 실제 수능과 유사한 환경에서 시험을 치르는 모의고사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대입 재도전 과정에서 인터넷 강의를 이용하는 비율도 높다. N수 경험자 조사에서는 10명 중 7명가량이 인터넷 강의를 이용했고, 대입종합반이나 단과 학원을 이용한 비율도 30%를 넘었다. 입시 전략을 위한 별도 컨설팅까지 이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입시 컨설팅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N수 경험자 5명 가운데 1명꼴이었고, 이 가운데 컨설팅 비용으로 100만 원 이상을 썼다는 비율도 33.7%였다. 강의와 학원 수강뿐 아니라 대학과 전형을 정하는 전략 영역까지 별도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다. 수업을 다시 듣는 문제를 넘어 입시 정보와 전략을 구매하는 비용까지 N수의 부담에 포함되는 셈이다.
한 수험생은 N수생 학원의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는 방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원이 이미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게 장학 혜택을 제공하고, 이들의 대학 합격 결과를 다시 학원 홍보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수험생 역시 수의대에 진학한 뒤 장학 혜택을 받으며 다시 의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상위권 학생을 다시 입시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학원의 마케팅이 N수생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원에서 실적을 얻고 저는 기회를 더 받고 이런 상생하는 시스템이 나오는 거죠.”
-이혁준(23, N수생)
점점 비싸지는 ‘N수’


한 조사에 따르면 N수생이 쓰는 사교육비는 연간 3조 원에 이른다. N수생을 위한 학원 역시 세분화되고 고급화되는 추세이며, 재수종합학원 비용은 월평균 약 200만 원 이상이다. 학원별 교재비와 매달 새로 나오는 문제집 비용은 여기에 별도로 더해진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라면 주거비도 감당해야 한다. 대치동 인근에서 가구와 학습 공간을 갖춘 방은 월 200만 원 안팎이고, 옵션이 없거나 면적이 좁은 방도 월 150만 원가량이어서 학원비와 생활비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
교육부가 17개 일반대학 신입생 중 N수 경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2024년 기준 N수를 거쳐 입학한 학생 4명 중 1명가량이 월 가구소득 800만 원 이상인 가정 출신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사교육 경험률은 85.5%로 전체 조사 대상 평균 76.4%보다 높았다.
사교육비의 90% 이상을 보호자가 부담했다는 응답도 74.6%에 달했다. 비용 부담이 크거나 매우 컸다고 답한 비율도 절반에 가까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수험생 개인의 의지만이 아니라 가정의 경제적 지원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20살이니까 어쨌든 부모님께서 지원을 해 주실 수밖에 없잖아요.
본인 스스로 돈을 내면서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조아진(26, N수 경험자)
전문가는 수도권으로 갈수록 대학에 합격하고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시 입시에 도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부모의 경제력과 결합하면서 입시 격차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불안한 재학생, 한국 교육은 어디로.
수진 씨는 3년 전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올해 두 번째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대학 입시를 위해 고교 생활의 추억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목표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불안이 청소년과 청년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N수 경험자 조사에서는 재도전 뒤에도 희망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68.1%, 희망 전공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47.9%였다. 대학에 입학한 뒤 다시 다음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23.4%로 나타나 반복 도전이 한 번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대입에 한해서 재도전이 있는 사회에 대해서
누구도 이것을 건강하다고 보지 않거든요”
-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대학 합격을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에 입학하고도 다시 입시에 도전하는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반복적인 입시 도전이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던지는 가운데, 우리는 이 경쟁을 언제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퇴와 재입학, 반복되는 수능 도전 속에서 입시에 갇힌 아이들의 시간이 유예되고 지연되는 현실은 9월 4일 금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KBS1 ‘추적 60분’ 1471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