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강연배틀쇼 사기꾼들’이 2026년 3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최우수상을 받으며 역사 강연 배틀이 지닌 교육적 가치와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수상 대상이 된 ‘글로벌 4대천왕 특집’은 하나의 ‘생존’이라는 주제 아래 대형 재난과 경제 위기, 문명의 흥망, 독립운동가의 삶을 나란히 놓고 시대와 지역이 다른 역사를 현재의 질문으로 연결했다.
‘생존’ 하나로 묶은 네 개의 역사
3월 5일과 12일 방송된 특집에는 설민석, 최태성, 썬킴, 김지윤이 출연했다. 네 강연자는 ‘역사 속 가장 치열했던 생존’을 공통 주제로 삼되 서로 다른 사건과 인물을 선택해, 같은 단어가 재난 속 구조와 국가적 위기 극복, 문명의 존속, 조국을 위한 희생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줬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IMF 외환위기와 독립운동, 대형 재난과 문명사의 흥망을 흥미로운 강연 형식으로 풀어낸 점을 평가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성찰을 끌어내고, 역사에 담긴 교육적 의미와 인문학적 가치를 되새기게 했다는 점이 선정 배경에 포함됐다.
김지윤, 핼리팩스 대폭발에서 찾은 사람의 생존
김지윤은 1917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핼리팩스 대폭발’을 꺼냈다. 대형 재난이 만들어낸 참혹한 피해와 그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사고를 일으키는 것도 인간이지만 결국 사람을 구하는 존재 역시 사람이라는 메시지로 강연을 이끌었다.
참사는 단순히 피해 규모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재난 앞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서로를 살렸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생존’이라는 주제를 가장 직접적인 삶과 죽음의 문제로 보여줬다.
최태성, IMF와 ‘금 모으기 운동’의 기억
최태성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냈다. 경제 지표나 국가적 위기라는 말로만 남기지 않고 당시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과 연결하면서, 외환위기가 개인의 일상과 생존을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강연의 중심에 놓았다.
그가 대한민국의 생존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꼽은 것은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나라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 앞에서 국민들이 자신이 가진 금을 자발적으로 내놓았던 장면을 되짚었고, 실제 운동에 참여했던 방청객들의 기억까지 더해지며 강연장은 깊은 감정으로 이어졌다.
이 특집의 최종 우승도 최태성이 차지했다. 그는 IMF를 이겨내게 해준 사람들에게 상을 바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자신의 강연이 개인의 승리를 넘어 당시를 견딘 사람들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자리였음을 보여줬다.
썬킴, 아즈텍 제국의 생존과 멸망
썬킴은 멕시코시티의 역사와 연결된 아즈텍 제국을 통해 문명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식과 결국 무너지는 과정을 다뤘다. 인신공양을 제국의 생존 전략이라는 맥락에서 설명하고, 외세의 침략과 전염병이 겹치면서 강대한 문명이 짧은 시간 안에 몰락한 흐름을 이어갔다.
아즈텍 이야기는 ‘생존’이 언제나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축이었다. 제국은 사라졌지만 그 역사와 정신이 오늘날 멕시코의 정체성과 연결돼 있다는 지점까지 짚으면서, 살아남는다는 의미를 국가와 문명의 기억으로 확장했다.
설민석,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선택
설민석은 개인의 삶을 넘어 동포와 조국의 생존을 위해 움직였던 독립운동가 최재형을 조명했다.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탠 최재형의 활동과, 독립을 위해 재산과 삶을 내놓았던 과정을 따라가며 다른 세 강연과 구별되는 인물 중심의 서사를 만들었다.
최재형의 발자취를 따라 러시아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도 공개됐다. 그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지 않은 현장을 마주한 장면은 한 인물의 희생을 기억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고, ‘생존’이라는 주제를 살아남은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라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놓은 사람의 이야기로 넓혔다.
파일럿에서 정규 프로그램, 다시 편성 변화
‘강연배틀쇼 사기꾼들’은 2025년 9월 파일럿으로 출발한 뒤 정규 편성을 거치며 역사 강연과 경쟁 형식을 결합해왔다. 여러 강연자가 하나의 주제를 각기 다른 사건과 인물로 풀고, 마지막에 최고의 이야기꾼을 가리는 구조가 정보 전달과 배틀의 긴장을 동시에 만드는 방식이다.
이번 최우수상은 ‘글로벌 4대천왕 특집’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서로 다른 역사적 생존을 한 무대에서 비교하게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편에 따라 프로그램은 9월 4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9시 50분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 경제 위기를 함께 버틴 국민, 사라진 제국,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삶을 바친 인물까지 한 주제로 연결한 구성 가운데 어떤 ‘생존’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까?
서로 다른 시대의 역사를 ‘생존’이라는 한 축으로 연결해 공감과 성찰을 끌어낸 방식은 ‘강연배틀쇼 사기꾼들’이 3월 최우수상으로 평가받은 핵심에 놓였다.
사진 :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