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571회 산골, 노래 소녀와 달리기 소년

8월 15일에 방송되는 KBS1 ‘동행’ 571회 ‘산골, 노래 소녀와 달리기 소년’ 편에서는 가수를 꿈꾸는 준희와 육상 선수를 꿈꾸는 준우, 두 아이의 꿈을 지키기 위해 아픈 몸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아빠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산골 남매, 노래하는 준희와 달리는 준우

또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산골 마을에서 열세 살 준우는 매일 10km를 달린다. 3년 전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휴대 전화 요금이 밀리면서 통신이 완전히 끊겼고, 약속 시간에 늦거나 서로 엇갈리지 않으려 뛰어다닌 것이 일상이 됐다. 휴대 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지금도 어쩌다 버스를 타는 날이면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해 필요한 연락을 해결한다.

마을에서는 준우를 ‘중학생 홍반장’이라고 부른다. 인사성이 밝고 싹싹한 데다 어르신들이 힘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다. 자신의 생활도 넉넉하지 않지만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먼저 손을 내미는 준우는 산골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친구가 낡은 운동화 대신 새 운동화를 선물해 준 뒤에는 달리기에 대한 꿈도 더 커졌다. 준우는 육상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육상 선수로서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마음껏 훈련하기에는 집안 형편이 만만치 않다. 모든 것을 양보하면서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도 계속 달릴 만큼 육상을 좋아하지만 현실은 열세 살 소년의 열정을 자꾸 붙잡는다.

세 살 터울 누나 준희 역시 자신의 꿈 앞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아빠의 반대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올해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해 가수를 꿈꾸며 연습하고 있지만, 전국에서 모인 뛰어난 학생들과 경쟁하다 보면 자신감이 작아질 때가 많다. 비싼 학비를 감당하려 아픈 몸으로 쉬지 못하는 아빠와 자신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는 동생을 볼 때마다 어려운 형편에서 꿈을 계속 좇아도 되는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식의 꿈도, 부모의 노후도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한 아빠

준희가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원했을 때 아빠는 딸의 간절한 마음보다 먼저 학비를 걱정해야 했다. 형편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1년 동안 딸의 꿈을 반대했지만, 준희가 결국 예고 합격증을 받아오자 더는 말릴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학비가 밀리고 준우의 휴대 전화 요금을 비롯한 각종 공과금 독촉장까지 날아들 때면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아빠의 마음도 막막해진다.

여덟 해 전 아내와의 불화로 이혼한 뒤 아빠는 두 아이를 홀로 키워왔다. 중학생 때 농구를 하다가 허리를 다치면서 선수의 꿈을 접었고, 형편 때문에 제때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군 생활 중 상태가 더 나빠져 군 병원에 1년 동안 입원했지만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수술이나 재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지금까지 약으로 통증을 버텨왔다. 퇴행성 허리 디스크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도 어려워 기초생활수급비에 식당일과 농작물 수확 같은 아르바이트를 보태며 생계를 이어간다.

가장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부모님에게까지 제대로 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신혼집을 따로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아 한집에서 함께 살았던 부모님은 아들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10년 전부터 인근의 밭을 임대해 깻잎 농사를 짓고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모의 노후도 지켜드리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조차 마음껏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빠는 자신이 부모에게는 불효자이고 아이들에게는 무능력한 아버지인 것만 같아 눈물을 삼킨다.

시련 속에서 더 깊어지는 가족애

아들의 아픈 허리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에도 오래된 미안함이 남아 있다. 젊은 나이에 허리를 다친 아들이 제대로 직장 생활조차 하지 못하고, 이혼 후 홀로 손주들을 키우는 지금의 어려움도 제때 수술을 시켜주지 못한 자신들의 탓인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갑상샘암으로 고생했던 할머니마저 3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아 이제는 할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그런 두 사람이 지내는 비닐하우스에는 화장실도 없고 몸을 제대로 씻을 공간도 마땅치 않다. 할아버지 역시 2년 전 넘어져 발목 수술을 받은 상태라 생활이 쉽지 않지만, 아들이 사는 집으로 돌아가면 자신들까지 아들과 손주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부모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미안한 아들의 마음이 서로 엇갈린다.

조부모님의 처지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는 준우는 세탁기조차 없는 비닐하우스를 자주 오가며 빨랫감을 나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건강을 챙기고 깻잎 농사에도 손을 보태면서 어린 나이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인다. 달리기 연습과 학교생활만으로도 바쁠 나이지만 가족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준희도 자신 때문에 아빠와 동생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축사 일을 도우며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 하고, 어려운 형편에서 예술고등학교까지 진학한 것이 너무 큰 욕심은 아니었는지 수없이 되묻는다. 그런 누나에게 준우는 오히려 꿈을 포기하지 말라며 응원을 보내고, 부모님과 두 아이를 위해 버티는 아빠도 언젠가는 지금의 어두운 터널을 반드시 빠져나가겠다고 다짐한다.

노래를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준희와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도 계속 달리는 준우는 서로가 자신의 꿈 때문에 힘들어질까 먼저 걱정한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누나의 노래를 응원하고 동생의 달리기를 지켜주는 산골 남매는 자신들의 꿈을 끝까지 놓지 않을 수 있을까?

가수의 꿈을 품고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준희와 육상 선수의 꿈을 향해 달리는 준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픈 몸으로 버티는 아빠의 이야기는 8월 15일 토요일 오후 6시에 방송되는 KBS1 ‘동행’ 571회 ‘산골, 노래 소녀와 달리기 소년’ 편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