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 2 너는 내 운명’ 454회에서는 100세 이현섭 옹이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6·25 전쟁 참전까지 직접 겪은 현대사를 들려준 장면이 공개됐다.
5살 로운 군과 100세 이현섭 옹

이장원은 “‘동상이몽2’ 방송 후 동네 주민들이 알아봐 주셔서 할아버지가 점잖게 계시면서도 내심 뿌듯해하신다”고 했다. 방송에 나온 뒤 이현섭 옹은 자신이 등장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계속 챙겨봤고, 동네 주민들이 알아보며 인사를 건네는 변화도 생겼다.
이장원·배다해 부부와 이현섭 옹의 합가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배다해의 5살 조카 로운 군이 집을 찾았다. 1926년생 이현섭 옹과 2021년생 로운 군은 95살 차이였고, 이현섭 옹은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 로운 군을 평소에도 귀여워했다고 이장원이 설명했다.
로운 군은 직접 쓴 편지를 이현섭 옹에게 건넸다. 편지를 받아 든 이현섭 옹은 흐뭇하게 내용을 읽은 뒤 어린 조카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눴고, 5만원을 용돈으로 챙겨주며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 차이를 뛰어넘은 만남을 이어갔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까지


이어 이현섭 옹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제강점기의 기억을 꺼냈다. 1926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그는 “1933년에 소학교 1학년으로 들어갔는데 조선어독본이 없어져서 일본어로만 배우고 성도 바뀌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조선어독본이 사라지고 일본어로만 수업을 받아야 했으며 성까지 바뀌었던 경험은 강제 징병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현섭 옹은 “일본에서 한국 청년들을 전쟁에 내보내려고 했다. 일본은 징병제 아니냐. 그것만으로는 안 되니까 한국 사람도 징병제로 데려갔다”고 했다.
20살이 되면 강제 징병이 됐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원병만으로 병력을 채우지 못한 뒤 한국 청년까지 징병 대상으로 삼았던 상황을 직접 기억하고 있었고, 자신의 또래가 전쟁으로 끌려가던 시절을 담담하게 돌아봤다.


해방 당시 19살이었다는 이현섭 옹은 “해방이 어떻게 될지 의문이었다. 처음 들은 건 해방이 아니고 일본군 항복이었다. 항복 조건에 따라 조선이 결정될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일본군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먼저 들었을 뿐 곧바로 조선의 앞날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기억이었다.
또 “그랬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까 시내 다 나와서 만세 부르고 일본 놈들 꼼짝 못하고 그랬다. 그래서 달라지는 걸 알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만세를 부르는 모습을 본 뒤에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체감했고, 이후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게 된 과정도 가족 앞에서 차분히 풀어냈다.
육사 9기 6·25 참전 경험


이후 이야기는 6·25 전쟁 참전 경험으로 이어졌다. 이현섭 옹은 육군사관학교 9기 출신으로 육군 소위가 된 뒤 전쟁을 맞았고, 참전 국가유공자로서 자신이 지나온 시기의 기억을 간직해 왔다.
이날 이북5도청 관계자들도 이현섭 옹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집을 찾았다. 실향민의 삶과 이북 지역의 기억을 남기는 다큐멘터리 인터뷰가 진행됐고, 이장원은 할아버지의 인터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단체에서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현섭 옹은 인터뷰 과정에서 38선을 넘어 남으로 내려오던 기억과 전쟁 전후의 경험을 되짚었다. 한 사람의 생애 안에 일제강점기의 학교생활과 광복, 분단의 혼란, 6·25 전쟁 참전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가족들도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지켜보던 김구라는 “현대사의 산증인이시다”고 했다. 이장원 역시 처음 듣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가족이 함께한 자리에서 교과서의 연도가 아니라 한 사람이 실제로 겪은 시간으로 한국 현대사가 펼쳐졌다.

방송 말미 제작진은 “두 번째 이야기 며칠 후 이현섭 할아버님께서 영면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쉼 없이 지나간 삶의 끄트머리, 돌아보면 웃음으로 가득했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모두의 기억 속에 영원할 이 여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한 세기를 건너온 이현섭 옹의 기억은 손자 부부와 가족, 그리고 방송을 통해 기록으로 남았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 전쟁을 직접 지나온 그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사진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