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빙판 넘어짐 사고 급증… 치료비 보험금 놓고 소비자, 보험사 예견된 싸움이었나”

“혹한기 빙판 넘어짐 사고 급증… 치료비 보험금 놓고 소비자, 보험사 예견된 싸움이었나”

최근 한파와 폭설로 인해 보행로와 주차장이 순식간에 빙판으로 변하면서, 미끄러짐 사고가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손의료보험과 상해보험 청구 건수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치료비 지급을 넘어, 사고 이후 남은 후유장해를 둘러싸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B씨는 얼마 전 아파트 단지 내 인도에서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 진단 결과 요추 골절과 디스크 파열로 확인됐고, 일정 기간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허리 움직임이 제한돼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의료진 역시 향후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이에 B씨는 실손의료보험 외에도 가입 중인 상해보험을 통해 사고 후유장해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기존 관절 질환 및 퇴행성 변화의 영향”이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사고로 인한 손상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신체 변화가 증상을 유발했다는 판단이었다.

B씨는 이러한 보험사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사고 전에는 허리를 사용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지만, 넘어지고 난 이후부터는 정상적인 움직임이 어렵다”며 “사고와 후유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백함에도 보험사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낙상 사고 이후 남은 관절 가동 범위 제한, 통증, 신경 증상 등에 대해 ‘퇴행성 변화’ 또는 ‘기왕증’을 이유로 사고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영상 검사에서 퇴행성 소견이 일부 확인될 경우, 사고의 직접적 결과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유장해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판단에 대해 법원과 금융감독원의 시각은 보험사의 주장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빙판으로 얼어 붙은 보행로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로 발생한 후유장해와 관련한 판결에서, 겨울철 동결된 보행로에서의 낙상은 예측이 어려운 외래적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사고로 인해 발생한 척추 골절, 인대 손상뿐 아니라 치료 이후에도 남은 기능 제한 역시 사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특히 사고 이전의 신체 상태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사고 전에는 특별한 통증이나 기능 장애 없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했다면, 영상 검사상 일부 퇴행성 변화가 확인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 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사고를 계기로 증상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기존 상태가 현저히 악화됐다면, 보험사는 후유장해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단 ○○ 판결).

이러한 법원의 판단 기조는 금융감독원의 보험 분쟁조정 사례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금융감독원은 다수의 조정 결정에서 보험사가 주장하는 ‘기왕증’ 또는 ‘퇴행성 변화’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 이전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으나, 사고 이후 관절 가동 범위 제한이나 신경학적 이상, 지속적인 통증이 남아 있다면 이를 사고로 인한 손해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한 분쟁조정 결정에서 금융감독원은 “사고 전에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고, 사고 이후 통증이나 기능 제한, 신경학적 이상이 지속된다면 이를 단순한 기존 질환의 경과로만 볼 수는 없다”며 보험사의 기왕증 주장을 배척했다(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사건 2021-손해-○○).

또한 법원과 금융감독원은 공통적으로 빙판길 낙상 사고의 특수성을 지적한다. 겨울철 결빙된 도로는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환경에 해당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낙상은 보험 약관상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결과로 발생한 장해 역시 상해보험의 후유장해 담보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하고 있다.실제 분쟁 사례를 보면, 사고 이전에는 증상이 없었고 사고 이후에 기능 저하가 현실화됐다면, 일정 부분 사고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판단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결국 빙판길 낙상 사고 후유장해를 둘러싼 분쟁은 단순한 의학적 소견을 넘어, 사고 전·후 상태의 변화와 실질적인 생활 기능 저하 여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해석 차이가 커지는 만큼, 향후 관련 분쟁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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