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1일에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6429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2부에서는 기억이 흐려지는 이영자 씨를 곁에서 돌보는 홍순업 씨와 하나뿐인 아들 성표 씨, 가까이 사는 형제들이 함께 식사한 뒤 부부가 병원을 찾고 순업 씨가 진료실 밖에서 눈물을 쏟는 과정이 공개된다.
제주시의 작은 국밥집은 새벽이면 홍순업 씨의 손부터 바빠진다. 순업 씨는 이영자 씨와 함께 가게로 움직일 때 차 문을 먼저 열어주고, 도착하면 아내가 먹을 아침을 챙긴 뒤 내장을 손질하고 육수를 끓이며 영업 준비를 시작한다. 주방에서 손을 움직이는 동안에도 시선은 식당 한편 간이침대에 누운 영자 씨에게 자주 향한다.
아내가 간이침대에서 쉬는 동안 순업 씨는 손님을 받을 준비를 끝내고 다시 영자 씨 쪽을 확인한다. 영자 씨가 잠에서 깨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게 일의 순서와 상관없이 먼저 아내를 따라나서야 해, 주방에서 진행하는 일과 돌봄은 계속 번갈아 이어진다.
네 해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영자 씨는 어리광을 부리다가 금세 토라지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지면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든다. 잠깐 사이 가게 밖으로 나갈 때도 있어 순업 씨에게 장사와 돌봄은 따로 떨어진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도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하루가 매일 이어진다.
가까운 곳에는 순업 씨가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손을 보태는 가족들이 있다. 6남매의 막내인 순업 씨를 걱정해 제주에 터를 잡은 첫째 형 순갑 씨와 넷째 형 순일 씨는 영자 씨와 산책을 하고 밥을 챙기며 동생이 주방을 지키는 시간을 나눠 맡는다. 형수님들도 목욕과 옷 갈아입기를 도우며 영자 씨의 일상 가까이에 머문다.
마흔일곱 해 전 서울의 한 공장에서 시작된 부부의 시간도 지금 국밥집 안에 이어져 있다. 쌀통이 비었던 때와 순업 씨가 직장을 잃어 헤매던 젊은 날에도 영자 씨는 생선 장사와 고물상, 전분 공장 일을 가리지 않았고 나중에는 국밥집을 20년 넘게 꾸렸다. 그 시절을 조금씩 잊어가는 아내에게 순업 씨가 되풀이하는 말은 “내 이름 기억나? 나만은 잊으면 안 돼요”다.
내 아내는 ‘빠삐용’


제주시에서 국밥집을 맡아 운영하는 순업 씨에게 하루는 주방 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영자 씨가 가게 안에 있다가 갑자기 밖으로 향하면 순업 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영자 씨, 어디 가요!”라고 부르며 뒤를 따라나선다. 아내가 어디까지 움직일지 알 수 없어 몇 분 전까지 평온했던 가게가 순식간에 찾고 따라가는 공간으로 바뀐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47년 전 서울의 한 공장이었다. 제주에서 올라온 영자 씨에게 첫눈에 반한 경상도 총각 순업 씨는 스물둘, 영자 씨는 스무 살 무렵 부모가 됐고 이후 영자 씨의 친정이 있는 제주로 내려왔다. 가진 것이 넉넉하지 않았던 젊은 부부는 정착한 뒤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붙잡으며 생활을 이어갔다.
형편이 가장 어려웠던 때에는 집 쌀통이 비는 날도 있었고 순업 씨가 직장을 잃어 갈피를 잡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때마다 영자 씨는 생활을 멈추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밖으로 나갔고, 순업 씨 곁을 떠나지 않았다. 순업 씨가 지금의 아내를 돌보면서 젊은 시절을 자주 떠올리는 이유도 힘든 때마다 먼저 가족의 생활을 붙잡았던 사람이 영자 씨였기 때문이다.
제주로 내려온 뒤 부부가 한 가지 일만 붙잡고 살아온 것도 아니다. 생선을 팔던 시기와 고물상을 하던 때, 전분 공장에서 일한 시간이 차례로 지나갔고 결국 영자 씨가 20년 넘게 국밥집을 맡는 생활로 이어졌다. 지금 순업 씨가 같은 가게에서 육수를 끓이고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은 과거 영자 씨가 가족을 위해 해왔던 일을 남편이 대신 맡은 장면이기도 하다.
먹고사는 일을 앞에서 맡은 사람은 오랫동안 영자 씨였다. 생선을 팔고 고물을 다루고 전분 공장에서 일한 뒤에는 국밥집까지 맡아 가족의 살림을 이어왔고, 순업 씨는 그런 아내가 자신을 만나 고생을 많이 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지금은 야무지게 일을 챙기던 사람이 조금 전 일을 잊거나 익숙한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
국밥집도 원래는 영자 씨가 20년 넘게 해오던 일터였다. 치매 진단 이후 순업 씨가 가게를 대신 맡으면서 육수를 준비하고 재료를 손질하는 일에 아내의 이동과 식사, 휴식까지 함께 살피는 시간이 더해졌다. 가게가 바쁠수록 주방과 아내 사이를 오가는 횟수도 늘어나 순업 씨는 하루 종일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반대로 영자 씨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거나 익숙한 노래가 들릴 때는 표정이 금세 밝아진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다가도 잠시 뒤에는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지만, 순업 씨는 그런 아내를 보면서도 여전히 귀엽다고 말한다. 기억이 예전과 같지 않아도 눈앞에서 웃고 움직이는 영자 씨와 하루를 함께 보내는 일이 순업 씨에게 남은 가장 구체적인 일상이다.
둘도 없는 특별한 단짝, 제수씨와 시아주버님


가게 밖으로 뛰어나간 영자 씨가 한 남자를 만나면 행동은 앞선 추격전과 달라진다. 영자 씨는 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춘 뒤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산책에 나선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 앞에서 기다릴 만큼 가까이 영자 씨를 챙기는 사람은 바로 첫째 시아주버님 순갑 씨다.
바로 옆집에 사는 순갑 씨는 가게 일을 거들고 거의 매일 영자 씨와 걷거나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 형제들과 떨어져 제주에 있는 막내가 걱정돼 내려온 선택은 이제 동생만 챙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순업 씨가 국밥집 일을 해야 할 때 영자 씨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어 돌봄의 시간이 한 사람에게만 몰리지 않는다.
넷째 형 순일 씨도 가까운 곳에서 가족의 식사를 맡는다. 요리사 출신인 순일 씨는 직접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음식을 만들고 형제들을 집으로 불러 밥상을 차리며, 먹을 것이 앞에 놓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자 씨가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든다. 영자 씨는 시아주버님의 배를 만지며 “사랑해요~”라고 말할 만큼 거리낌 없이 반응한다.
형수님들의 역할도 산책이나 식사와 다른 자리에서 이어진다. 과일을 깎아 먹이고 목욕을 시키며 옷을 갈아입히는 일을 거들어, 순업 씨가 혼자서는 빠뜨릴 수 있는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가족이 나눠 챙긴다. 아프기 전이라면 제수씨와 시아주버님 사이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을 모습이지만 지금은 영자 씨가 편하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관계가 됐다.
육지에 살던 셋째 형 순종 씨가 제주를 찾는 날에는 기억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영자 씨와 순종 씨는 1년 만에 얼굴을 마주하게 되고, 가족들은 영자 씨가 오랜만에 만난 셋째 시아주버님을 알아볼 수 있을지 지켜본다. 어느 날은 익숙한 얼굴을 반기면서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만큼 재회의 순간에도 가족은 영자 씨의 반응을 재촉하지 않고 곁에서 기다린다.
이런 가족의 도움은 2부에서 순일 씨 집에 모두가 모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평소에도 식구들을 불러 직접 음식을 만드는 순일 씨의 집에서 한 끼를 함께하는 시간은 영자 씨에게 별도의 훈련이나 검사가 아닌 가족의 평범한 식사 자리다. 동시에 순업 씨에게는 아내를 지켜보는 눈이 여러 사람으로 늘어나는 시간이다.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늦은 밤 부부를 찾아온 사람은 하나뿐인 아들 성표 씨다. 영자 씨는 아들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반기지만 끝내 성표 씨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고, 반가운 표정과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엄마가 자신을 바라보고도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성표 씨에게 그 만남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요즘 영자 씨는 말수도 전보다 줄고 서로 말을 주고받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순업 씨는 그 변화를 보면서도 아내 앞에서 낙담하는 데 머물지 않고 먹을 것과 영양제를 챙긴 뒤 저녁이면 식탁에 마주 앉아 한글 공부를 이어간다. 종이와 연필을 앞에 두고 가족의 이름을 하나씩 적어보게 하는 일이 부부의 저녁 일정이 됐다.
다른 이름에서는 글자가 엉뚱하게 이어질 때가 있지만 영자 씨는 ‘홍순업’ 세 글자를 또박또박 적는다. 순업 씨는 종이에 자신의 이름이 완성되는 것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다른 건 다 잊어도, 홍순업은 잊으면 안 돼요”라고 말한다. 아내가 자신의 이름을 적는 지금의 순간을 확인하면서도 언젠가 그 글자까지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래서 순업 씨가 붙잡는 것은 거창한 약속보다 매일 반복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함께 밥을 먹고 이름을 묻고 글자를 써보고, 영자 씨가 좋아하는 산책을 나가며 오늘 가능한 대화를 한 번 더 이어간다. 기억을 억지로 끌어내기보다 아내가 반응하는 속도에 맞춰 같은 질문과 같은 일상을 다시 건넨다.
바다로 나들이를 간 날에는 두 사람이 모래사장에 나란히 이름을 쓴다. 파도가 밀려오면 글자는 지워지지만 부부는 다시 자리를 잡고 이름을 적고, 지워진 자리 위에 또 글자를 남긴다. 종이 위에 ‘홍순업’을 적는 저녁과 모래 위에 이름을 다시 쓰는 산책은 사라진 것을 몇 번이고 새로 적는 같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성표 씨에게도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현재의 시간이 중요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는 관계가 그대로 있어도 영자 씨가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는 순간이 생긴 만큼, 성표 씨는 달라지는 엄마의 모습을 곁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2부에서는 아들이 엄마를 바라보는 장면이 가족 식사와 병원 방문으로 이어지며 영자 씨 주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드러난다.
2부 줄거리
치매를 앓고 있는 영자 씨를 바라보는 성표 씨에게 엄마는 더욱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다. 늦은 밤 찾아왔을 때 영자 씨가 자신을 반기면서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모습이 있었던 만큼, 성표 씨는 점점 달라지는 엄마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아들이 곁에 있어도 이름과 관계를 연결하지 못하는 순간은 가족에게 영자 씨의 변화를 직접 보여준다.
넷째 순일 씨 집에 식구들이 모이는 날에는 병원과 다른 표정의 영자 씨가 가족들 사이에 앉는다. 요리사 출신 순일 씨가 평소에도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음식을 만들고 형제들을 부르던 집에서 가족들은 함께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순갑 씨와 순일 씨, 형수님들이 평소 산책과 식사, 목욕을 나눠 맡아왔던 관계가 한 식탁에 모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식사 자리에서는 누군가 한 사람만 영자 씨를 돌보는 구조가 아니다. 순업 씨가 옆에 앉아 아내를 살피는 동안 다른 가족들도 말을 건네고 음식을 챙기며 영자 씨가 가족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돕는다. 평소 국밥집에서는 순업 씨가 주방과 아내 사이를 계속 오가지만,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는 영자 씨 곁을 지키는 사람이 여러 명이 된다.
그러나 일상의 식사와 산책만으로 넘기기 어려운 변화도 커지고 있다. 영자 씨의 말수가 줄고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순업 씨는 아내와 병원을 찾는다. 가족 이름을 써보는 한글 공부나 반복해서 말을 거는 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재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병원에 들어가는 부부에게서 확인되는 사실은 방문 자체와 진료 뒤 순업 씨의 반응까지다. 현재 공개된 2부 줄거리에는 구체적인 검사명이나 의사의 진단 내용, 앞으로의 치료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임의로 만들지 않았다. 확인되는 장면은 영자 씨와 함께 진료를 받은 순업 씨가 진료실 밖으로 나온 뒤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서럽게 운다는 데까지다.
진료실 문을 나온 순업 씨의 눈물은 앞서 계속 이어온 행동들과 바로 맞닿아 있다. 아내가 아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저녁마다 한글을 쓰게 하고,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또박또박 적으면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다시 다음 날을 준비했던 사람이 병원에서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한다. 무엇을 들었는지는 방송 전 자료에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결과를 앞서 단정하지 않고 순업 씨가 왜 그렇게 무너졌는지가 2부의 마지막 확인 지점으로 남는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장면 뒤 병원을 찾는 순서는 영자 씨의 하루가 가족의 도움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익숙한 사람들과 웃고 노래하고 식사하는 시간과 대화가 어려워져 의료진을 찾아가는 시간이 같은 생활 안에 놓여 있다. 순업 씨는 두 상황 모두에서 아내 옆에 있고, 성표 씨와 형제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부부가 버틸 수 있도록 가까이 머문다.
아들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면서도 남편의 이름 ‘홍순업’은 적는 모습을 순업 씨는 하루하루 직접 확인한다. 가족 식사 뒤 병원 진료까지 이어지는 2부에서는 그 변화가 어느 정도인지 설명을 듣는 순간과 그 말을 받아들이는 순업 씨의 모습이 중심에 놓인다. 진료실을 나온 뒤 서럽게 우는 순업 씨가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공개된 예고 자료가 남겨둔 마지막 장면이다.
영자 씨와 말이 통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순업 씨가 반복하는 것은 아내에게 이름을 묻고 곁을 지키는 일이며, 병원에서 나온 눈물도 그 하루와 떨어져 있지 않다. 성표 씨와 가족들이 함께한 식사 뒤 진료실을 나선 순업 씨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성표 씨가 엄마의 변화를 지켜보고 가족들이 순일 씨 집에 모여 한 끼를 함께한 뒤, 소통이 어려워진 영자 씨와 병원을 찾은 순업 씨가 진료실 밖에서 눈물을 흘리는 과정은 8월 11일 화요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6429회 ‘영자 씨 나를 잊지 말아요’ 2부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