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방송된 MBC ‘오늘을 버틴 노래-플레이리스트 109’ 7회에서 김영옥이 여덟 살 때 맞은 8·15 해방과 5년 뒤 이어진 6·25 전쟁의 기억을 꺼냈다. 어린 자신보다 더 힘들어하던 부모를 바라본 기억까지 돌아보며 한 시대를 직접 통과한 삶을 담담하게 전했다.
김영옥이 기억한 8·15 해방


이날 1938년생 김영옥은 딘딘이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힘드셨냐. 6·25 때인가”라고 묻자 “6·25는 내가 어릴 때니까 힘든 걸 몰랐는데 부모님이 힘든 걸 많이 봐서 가슴 아팠다”고 했다.



김영옥은 “여덟 살 때 8·15 해방이 됐다. 나는 8년간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부모님은 더 오래 겪으신 거다. 그렇게 살다가 해방됐다고 너무 좋아해서 해방된 날 국기 들고 만세 부르는 거 구경했다. 기억 다 난다”고 하며 “그러다가 남북이 갈리더니 광복 5년 만에 6·25가 발발했다. 6·25를 겪고 나서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55세 은퇴 생각 뒤 찾아온 전성기
고등학교 시절 학교 연극을 계기로 연기를 시작한 김영옥은 22세에 매체 연기에 발을 들였다. 초창기에는 드라마가 생방송으로 진행돼 대본을 모두 외워야 했고, 소품이 부족하면 없는 물건도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던 시절을 지나왔다.
한때는 55세쯤 배우 생활을 정리하고 조용히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무렵부터 30년 동안 쌓인 연기 경험이 힘을 발휘했고, 이후에도 현장을 지키며 89세까지 배우 생활을 이어왔다.
가족의 큰 사고와 남편을 향한 미안함
개인적인 삶에서도 큰 고비가 이어졌다. 김영옥은 교통사고를 당한 손주를 돌보고 있는 사정과 지난 5월 17일 세상을 떠난 남편을 떠올리며 집에 돌아가면 여전히 남편이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편이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할 때마다 걱정부터 앞서 말렸던 시간을 돌아보며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털어놨다. 겉으로 씩씩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까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딘딘의 ‘슬픈 인연’에 이어진 추모
김영옥의 버팀송은 나미의 ‘슬픈 인연’이었다. 평소 ‘찐손주’처럼 가까운 딘딘이 직접 노래를 부르자 김영옥은 남편과 먼저 떠난 가족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무대가 끝난 뒤 김영옥은 가족들을 “제대로 추모한 것 같다”고 했고, 이 자리에서 노래를 들은 시간을 “나한테는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해방과 전쟁에서 가족의 이별까지 긴 시간을 지나온 그의 이야기는 한 곡의 노래와 만나면서 현재의 감정까지 이어졌다.
해방의 환호와 전쟁의 상처, 가족과의 이별까지 직접 지나온 김영옥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기억 안에 한 시대가 겹쳐 있음을 보여줬다. 여덟 살 아이가 바라본 만세의 풍경이 89세의 목소리로 다시 전해진 순간이 이번 방송에서 가장 묵직하게 남은 장면 아닐까?
사진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