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가 자사 보도를 ‘공정성 훼손 사례’로 소개한 일을 둘러싸고 취재 기자들과 벌인 정정보도·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KBS 기자 4명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도 KBS 손 들어
서울고등법원은 8월 14일 원고인 KBS 기자 4명이 KBS와 박민 전 KBS 사장, 장한식 전 보도본부장, 김성진 전 통합뉴스룸 주간, 박장범 전 <뉴스 9> 앵커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기각 결정은 정당하다”며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 법원도 지난해 9월 KBS 측에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2023년 11월 14일 KBS <뉴스9>의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보도와 같은 시기 박민 당시 사장이 진행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비롯됐다. 당시 KBS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시절 내곡동 땅 의혹과 오 후보 해명의 진위를 검증한 취재팀 보도를 이른바 ‘생태탕 보도’로 지칭하며 불공정·편파 논란 사례로 소개했다.
언론중재위 거쳐 법정으로
취재팀은 2024년 2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양측은 같은 해 3월 열린 조정 절차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언론중재위는 조정 불성립을 결정했다.
이후 기자 4명은 2024년 5월 KBS와 당시 경영진 등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자신들의 보도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적격성을 검증하기 위한 공익적 취재였고, KBS가 이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편파보도 사례로 언급하면서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당시 취재 과정에서 서울시와 SH공사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다수 관계자의 진술을 검증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2021년 국민의힘이 해당 취재팀을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서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실도 소송 과정에서 근거로 제시됐다.
“허위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
항소심의 핵심은 KBS의 기자회견과 <뉴스9> 보도가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였다. 재판부는 문제 된 기자회견과 보도가 허위 사실을 적시해 위법하게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원고들의 기존 보도를 놓고 KBS 안팎에서 서로 다른 평가와 의견이 존재했고, 관련 논쟁이 정치적 성격과 함께 공영방송 보도의 공정성이라는 공적 관심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봤다. ‘불공정·편파 보도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소 암시했다고 해도 구체적인 사실을 새롭게 적시한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평가나 의견의 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
재판부는 문제 된 표현이 원고들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 제기 이후 발생한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과거 ‘내곡동 땅 의혹’ 보도 내용 자체의 진위를 다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이후 KBS가 해당 보도를 공정성 훼손 사례로 평가해 소개한 행위가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재판부가 ‘사실 적시’보다 ‘평가와 의견’의 성격에 무게를 두면서 1심과 같은 결론이 유지됐다.
원고들이 상고할 경우 이번 분쟁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1·2심이 연이어 KBS 측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언론사의 평가와 소속 기자 개인의 명예 보호 사이 경계를 대법원이 다시 판단하게 될까?
KBS는 향후 원고 측의 상고 여부에 따라 필요한 절차에 성실히 대응할 방침이다.
사진 :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