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1518회 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8월 11일에 방송되는 MBC ‘PD수첩’ 1518회 ‘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편에서는 스마트폰 불법 온라인 도박이 교실로 스며든 뒤 빚과 폭력, 범죄까지 이어지며 청소년의 삶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공개된다.

드라마 ‘참교육’과 ‘모범택시3’에서 청소년 도박이 소재로 등장했지만, 실제 교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화면 속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실태조사에서는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이 약 15만 명으로 추정됐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부모와 교사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도박을 이어가는 아이들이 더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다. 친구를 통해 호기심에 게임처럼 시작한 뒤 손실이 커져도 접속을 멈추지 못하고, 잃은 돈을 마련하려 다시 돈을 구하면서 빚과 폭력, 범죄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취재에서 확인됐다.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호기심이 한 아이와 가족의 생활을 흔드는 문제로 커지고 있었다.

교실까지 번진 청소년 온라인 도박

도박에 빠진 아이들을 특정한 유형으로 나누기도 어려웠다. 제작진이 만난 청소년 가운데에는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는 모범생도 있었고 전국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유망주도 있었다. 학교 성적이나 평소 생활만으로 도박 위험에서 안전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가를 수 없었다.

시작점은 많은 경우 교실이었다. 친구가 알려준 사이트에 호기심으로 들어가 게임하듯 돈을 걸기 시작했고, 손안의 스마트폰은 학교가 끝난 뒤에도 도박을 계속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처음에는 놀이처럼 받아들였던 행동이 반복되면서 일상에서 도박이 차지하는 시간과 금액도 빠르게 커졌다.

제작진이 취재한 청소년들이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잃은 돈은 적게는 500만 원, 많게는 2억 4천만 원에 달했다. 열여덟 살 한 소년은 불과 8개월 만에 2억 4천만 원을 잃었다. 미성년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 쌓이자 일부 아이들은 부모의 지갑에서 돈을 가져가거나 집에 있던 수백만 원어치 귀금속을 몰래 내다 팔아 다시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

가족이 뒤늦게 상황을 알았을 때는 이미 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부모는 “얘가 내 자식이 맞나. 같이 죽어버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며 아이의 도박 중독 이후 온 가족의 생활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아이가 잃은 판돈을 확인하고 빚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강한 자극을 반복해서 접하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짚는다. 한 번의 결과가 빠르게 나오고 곧바로 다음 판에 돈을 걸 수 있는 온라인 도박은 손실을 멈춰야 할 순간에도 다시 베팅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꿈을 준비해야 할 10대가 교실에서 시작한 도박 때문에 거액의 빚을 떠안는 상황이 취재 현장에서 확인됐다.

일주일 50% 이자와 도박빚 폭력

도박으로 잃은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또래 사이의 금전 거래가 새로운 피해로 이어졌다. 시민단체 ‘도박 없는 학교’ 조호연 대표는 도박 행위 자체뿐 아니라 빚에서 파생되는 고리대금과 폭력, 범죄 강요 같은 2차 피해를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청소년 사이에서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일이 또 다른 착취 수단이 되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A학생은 지난해 도박에 빠진 뒤 학교 친구에게 30만 원을 빌렸다. 차용증에 적힌 조건은 일주일 뒤 45만 원을 갚는 것이었다. 일주일 만에 원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15만 원을 이자로 붙인 셈으로, 도박을 계속하려고 빌린 작은 돈이 학생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로 변했다.

돈을 빌려준 친구 주변에서는 다른 요구도 이어졌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의 집에서 도박을 하도록 권한 뒤 와이파이 이용료 명목으로 시간당 3만 원을 요구했고, 그 금액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두 배씩 불어났다. 도박을 할 장소와 인터넷까지 돈으로 계산하면서 A학생이 갚아야 할 금액은 계속 커졌다.

빚 독촉은 금전 요구에서 멈추지 않았다. 친구들은 A학생에게 중고거래 사기를 하도록 강요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가했다. 폭력을 가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하면서 30만 원에서 시작된 도박빚은 A학생을 또 다른 범죄에 끌어들이는 수단이 됐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A학생의 어머니는 제작진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도박으로 돈을 잃었다는 사실을 넘어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돈을 빌린 뒤 폭력과 범죄 강요까지 당했다는 내용을 한꺼번에 마주해야 했다. 청소년 도박은 한 사람의 베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 또래관계까지 이용해 피해를 키우고 있었다.

연 3천억 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총판

아이들이 도박으로 잃은 돈의 반대편에는 불법 사이트를 통해 수익을 챙기는 조직이 있었다. 취재 도중 제작진을 찾아온 한 제보자는 연간 3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약 1년 동안 일했다고 밝혔다. 제보자가 맡았던 업무는 회원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이른바 ‘총판’이었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총판 운영자 ‘봉이사’는 10년 넘게 수사망을 피해가며 불법 도박 수익으로 호화 생활을 이어왔다. 제작진이 확보한 제보 영상에는 ‘봉이사’가 동남아시아의 한 클럽에서 사람들 앞에 고액권 지폐를 꺼내 술잔에 말아 뿌리는 모습도 담겼다. 사이트 화면에서 숫자로 오간 판돈이 운영 조직의 실제 수익과 소비로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총판은 도박을 직접 하는 사람만 상대하는 역할이 아니었다. 회원을 새로 끌어들이고 기존 이용자를 관리하면서 더 많은 돈이 사이트 안에서 돌도록 만드는 위치에 있었다. 청소년이 친구를 통해 사이트를 접하고 돈을 잃는 동안 그 반대편에서는 회원 모집과 관리로 수익을 키우는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이다.

제작진은 교실에서 처음 도박을 접한 아이, 빚 때문에 친구에게 폭력과 범죄를 강요받은 학생, 불법 사이트에서 회원을 모집한 총판을 차례로 따라간다. 아이들이 잃은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확인하면서 청소년 도박을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는 이유를 추적한다.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교실에서 시작된 도박은 아이의 돈을 빼앗고 친구 사이의 빚을 폭력으로 바꾸며 불법 사이트 운영자의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을 이런 도박판으로 끌어들이는 연결고리를 어디서부터 끊어야 할까?

교실에서 시작된 불법 온라인 도박이 청소년의 빚과 폭력, 범죄로 번지는 과정은 8월 11일 화요일 오후 10시 20분에 방송되는 MBC ‘PD수첩’ 1518회 ‘도박소년이 된 내 아들’ 편에서 공개된다.

사진 : MBC